She said
할머니랑 살 때,
그렇게 식는다고 빨리 들어와서 밥 먹으라 해도 그놈의 고무줄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참을 놀 것 다 놀고
그러고 들어가서는 생선이 다 식었다고
"할매랑 할배 느그도 이렇게 식은 거 먹었나?"
라는 한 대 맞을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곤 했다.
그러면 그렇게 기가 센 여장부 할매가 한숨 한 번 쉬고 다시 생선을 숯불에 구워서 따뜻하다 못해 혀가 델 정도로 해서 살을 한 점 한 점 큼직하게 떼서 후후 불어 먹여주곤 했다.
그러면서 할머니가 그랬었다.
"괘씸한 가시나.
니 잘 들어라.
니 내가 해주는 거 보다 더 잘 해주는 놈 만나서 결혼해야 된데이.
외할매 보다는 더 잘 해주는 놈이 기본이다. 알긋나"
할머니랑 국제시장을 자주 갔다.
나는 어려서도 물욕이 그리 많았으니까... 시장가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신났는데
마음에 드는 점퍼가 두 가지 색상으로 있으면 둘 다 사내라 조르고 할머니는 또 욕을 하면서도 사주곤 했다.
"잘 들어래이.
니가 뭐 산다카는데 토 다는 놈 만나면 안 된데이. 여자가 뭐 좀 산다는데 영수증 요래 들이다 보고 이런 쫌팽이 같은 놈은 갖다 버리는기 맞데이."
나는 왜 살다가 불쑥 불쑥 예고도 없이 한번씩 할머니를 만날까.
가끔 할머니 이야기를 해 주면 애들이 그렇게 좋아한다.
세상 힙한 할머니라 한다.
할매,
너무 놀랍지 않나?
내가 나이가 쉰이야...
징그럽제.
그래도 할매가 말했던 못쓸만한 손이랑 결혼하지는 않았는 갑다.
나는 철 들어서 두 개 마음에 들면 하나 고르려고 노력하는데 내랑 사는 오빠야는 두 개 다 사라 한다.
인생 뭐 그리 고민하고 사냐한다...
귀찮아서 새우 안 사면 사서 구워주고 지가 다 까준다.
피아노 치는데 손목 나가면 안 된다고 무거운 청소기 절대 못 들게 한다.
이 정도면... 나는 좋은 놈 만났다 생각하고 살아야겠제?
하...
나는 가끔 마음이 시끄러우면 인간 없는데 가부좌 틀고 앉아서 할매라면 뭐라고 말해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너무 오래, 그리고 자주는 생각 안 할라고... 그러다 보면 못 본지가 몇 십년인데 아직도 보고 싶으니까.
그리고 난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바나나를 싫어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사주던 바나나 만큼 맛있는 바나나가 없어서...
가끔 내가 딸들한테 하는 소리가...
불현듯 할머니가 내게 했던 소리라는 것이 떠오를 때가 있다.
나는 참 쿨한 할머니를 가졌구나.
물이나 끓이지
속은 끓이는 거 아니라고 우리 할매가 말했었으니까... 그렇게 살아야지...


할머니 멋지셨네요. 물이나 끓이지 속은 끓이는거 아니라는 말이 참 좋네요. 본인도 다 지나온 경험에서 나온 말일텐데... 할머니의 어록이 더 궁금해지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