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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6월 9일
1분 분량

미국 살 때,

정말 힘들었다. 돈으로...

말만 미국 회사이지 직원 대부분이 한국인인 패션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으로 2500불을 받았는데,

렌트비가 1200불이니까 남는 돈 1300불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지.

자동차 보험료, 건강 보험료, 핸드폰비... 그런 기본 비용 제일 저렴한 플랜으로 하고도 남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하루에 세끼를 먹는 것도 사치.


석 달에 한 번 백 프로 넘는 인센티브가 꽂히고, 야근 수당 나오고, 또래에 비해 월급 괜찮은 삼성을 때려치고 내 사업한다고 까불다가 망한 결과는 꽤 혹독했다.

부잣집 딸은 아니었어도 내 허영심에 맞을만큼은 벌고 살았어서 굳이 가격표를 보고 장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그 시절엔 어느 상점을 가건 들었다가 놨다가 망설이고 또 생각하고... 진짜 이게 필요한가를 그렇게 고민하는 참쇼핑을 했어야만 했다.


타겟, 월마트, 알디, 월그린... 어디를 가건 싼 화장품은 널렸지만 쓰던 가락이 있었던 지라 싸구려 메이컵 제품이 눈에 들어오질 않고, 흡족한 크림을 살 형편이 안되니까 니베아 크림을 전천후로 사용했던 기억.


그러니 오늘 그다지 매우 다르지도 않은 또 다른 샤넬 립스틱을 아무렇지 않게 지르다가 깨닫는다.

망해 먹을 정도까진 아닌 내 이 허영심을 어느 정도는 채울 수 있고 굶지 않고 가고 싶은 레스토랑을 며칠 연달아 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꽤 괜찮게 살고 있다.


살다가 바람 부는 날이야 여전히 많지만

날아갈까 우산을 미친 듯 붙잡지 않아도 되어서 괜찮다.


몇 년 전 온 세계가 역병으로 몸살을 앓을 때도 잘 견뎠고

힘 없는 나라 국민이라 환율이 널뛰기 하는 걸 보고 있는 작금의 상황도 결국은 지날 것이다.


다시 가격표를 들여다 보고 있지만 말이다.

머릿속으로 이게 한화로 얼마인거야... 이 버릇은 외국에 이십 년 가까이 살아도 고쳐지질 않으니 어찌 할 수도 없는 재앙에 늘 혼자 괴로와하는 것은 그냥 내 천성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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