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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b of depression(2)

그러니 이 글을 쓰는 것도 내 치료법의 하나라고 봐주면 좋겠어. 약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서 너무 그 속에 묻혀 있고 싶지 않아. 난 원래도 글로 푸는 사람이거든.우울한 사람과 사는 것은 정말 생각보다 힘들어. 특히 그 사람이 우울하지 않았을 때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데 변한 그를 매일 대하는 것이... 남편은 우울증 약을 먹고 감정적 좀비가 되어 가더라고. 그다지 기쁘지도, 슬프지도, 화를 내지도, 신나하지도 않아. 그 약이 그렇게 만드는거라 의사가 그랬어. 알고는 있었지만 겪는건 달라. 굉장히 낯설고 어색해. 게다가 그는 원래 엄청나게 모든 것에 오버하는 이탈리안이거든.돌아보면 그는 한 순간도 내 편이 아닌 적이 없었는데 나도 당연히 그의 편이 되어야겠다고 그렇게 다짐하면서 이겨내 보려고 하고 있어. 그래서 그의 어린 시절을 같이 들여다보게 된거야.다시 돌아가서... 우리 시어머니는 그렇게 전처 소생에 본인 아들 둘, 애 셋을 독박육아했어. 


태풍이 지나가고 조금 잠잠해 졌으므로... 혹시 기다렸을 이들을 위해 계속...난 그 전처도 만난 적이 여러번 있어. 사람인데 마치 숫사자처럼 살았던 사람이 우리 시아버지야. 이혼한 전처와 전 애인과, 현재 부인 다 같이 만나는 대화합의 환장의 현장을 보여주곤 했지. 한국인으로서 너무도 충격이고 혼란스러웠지 뭐야. 뭐 이런 콩가루를 넘어 꺠가루 같은 집안이 다 있을까? 더 기가 찼던건 그 뻐꾸기여사(지 새끼 남의 둥지에 두고 나몰라라했으니까 우린 그렇게 불러)는 내 남편을 '큰 아들'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불러댔다는 점이야. 진짜 암사자들인가? 공동육아?친모가 키우기 싫대. 한마디 하면서 데리고 온 다섯 살짜리 남의 딸까지 우리 시어머니는 맡아서 몇 년을 키웠어. 아마 십 년도 넘었을걸. 그리고 남편을 낳은 후 두 살 터울인 시동생도 태어났어. 시아버지는 이미 집에 드문드문 들어왔는데 항상 이유는 일이었겠지. 할리우드에서 일이 많았던 인간이니까.  


우리 시어머니는 모르고 있었어. 그때 그녀는 그녀의 커리어에사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 정말 인정받는 TV프로듀서였거든. 그리고 어려서부터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예쁘다는 말이었을 정도로 미인이라 어쩌면 남편이 자기를 두고 바람이 날 거라고 생각을 못했을수도 있어. 그런데, 그녀를 뮤즈로 해서 쓴 내 소설 '라비타에벨라'에도 나오는 구절이지만, 항상 예쁜 여자보다 새 여자가 이겨. 바람둥이에겐. 시아버지는 이미 비서로 채용했던 젊은 미국 여자와 바람이 난 중이었어. 그리고 미국에 에이전시를 내겠다는 핑계를 대고 산타모니카로 떠났어. 아, 가기 전에 같이 가자는 말을 하긴 했대. 하지만 시어머니가 절대 자기 커리어 두고 미국을 갈리 없다는걸 알고 한 말이겠지. 그렇게 그들은 매우 합당한듯 보이는 별거를 시작했어. 시아버지는 한달에 한 번은 파리를 왔어. 어차피 본사는 파리에 있었으니까. 오면 3-4일 정도를 가족과 보내고 다시 떠나가는 생활을 몇 년 했대.


남편과 시동생이 중학생이던 시절이었어. 어느 날 밤, 미친 시부가 전화를 걸어왔어. 그것도 너무 이기적인게 프랑스 시간 생각 안하고 본인 편한 낮시간에 전화한거지. 한밤중에 전화를 받은 시어머니는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야 했어.이미 그 미국인 비서랑 살고 있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다섯 살이란 거야. 그리고 최근에 둘째가 태어났대.난 어떤 막장도 그다지 놀랍지 않게 되었어.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현실은 더 막장일수도 있다는 걸 알게되었거든. 더 기가차는 말은... 그러면서 그 비서랑 결혼할 생각은 없고 애들은 이미 호적에 올렸다는 거였어. 이혼을 하자는 말도 아니야. 정말 비겁하기 짝이 없는 인간말종이라고 생각해. 당연히 정상인인 우리 시어머니는 이혼을 준비했겠지. 그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시는 생활을 하게 되고, 우울증 상담을 받고, 그려면서도 절대 더 억울하지는 않을 이혼을 준비해. 


우리 시아버지의 아버지, 즉 시조부는 이태리에서 매우 중요한 정치인이야. 현재형으로 쓰는 이유는 지금도 그에 대한 책이 계속 나와. 최근에 나온 책 제목은 '무쏠리니에게 노라고 말한 단 한 남자'. 그는 전후 바리를 재건했고, 정권이 바뀌고 비리를 털기 위해 야밤에 안보기관에서 나와 다 털었을 때도 아무것도 안 나온 청렴결백한 위인이야. 부정축재를 한게 아니라 그냥 대대로 귀족집안이라 물려받은게 많았어. 시조모도 백작집 딸이라 유산이 많았어. 그들은 파리와 니스, 로마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었고 그걸 자식들에게 물려줬겠지. 장남이던 시아버지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이태리 최고대학 정치학과를 중퇴해 버린 후 딴따라라고 불리는 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집에서 절대 허용 안할 여배우랑 멋대로 결혼하고, 아버지 이름을 신용 삼아 여기저기 빚을 지는 방탕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해서 한동안 집안에서 제명되었었지만 결국 시조모가 감싸면서 복권되었어.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는 제일 노른자 유산을 받게 돼. 파리 느위 부촌의 복층 아파트, 그리고 니스의 정원이 있는 아파트. 그리고 파리 16구의 꼭대기층 루프탑 아파트. 그는 뻐꾸기 여사랑 이혼할때 16구 아파트를 뺏겨. 우리 시어머니는 느위 복층 아파트를 가져오고 싶었지만 변호인단이 말려. 그건 승산 없다고.... 그래서 그녀는 니스의 아파트를 가져오게 되고, 위자료와 양육비를 꽤 나쁘지 않게 뜯어냈어. 그걸 내 준건 시부가 아니라 시조모야. 이혼하고 나서 그녀의 우울증은 더 심해졌대. 그리고 내 남편과 시동생은 마의 사춘기고, 그들은... 흠... 객관적으로도 개망나니들이었어. 사고를 치고 다닌다는게 아니라 자기 생각만 하는 전형적이고 이기적인 십대들. 난 양쪽 다 이해가. 내가 며칠전 이혼 참으란 이야기 썼을 때 거슬렸던건... 그건 이혼후 부모가 잘 케어를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생각해봐. 엄마도 사람이야. 배신 당하고 혼자 두 아들을 키워야해.  


말이야 쉽게 하겠지. 그럴려면 애를 왜 낳았냐... 하지마 제발. 누구는 이혼할 줄 알고, 남편이 바람 피울 줄 알고 결혼하고, 애 낳냐? 우리 시어머니 그때 40초반이었어. 스머프, 가제트, 코끼리 바바, 거기에 당대 최고 인기던 5분 시트콤 다 우리 시어머니가 가져온 거야. 자기 커리어가 그렇게 잘 나가는 여성이 남편이 바람나서 이혼을 하게 되었어. 누가 멘탈이 똑바로일 수 있어? 난 그래도 그녀는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해. 아들들을 절대 내버려 두지 않았단 말이야. 하지만, 아들들도 다 알잖아. 왜 이혼하게 된건지. 그들에겐 큰 트라우마가 생겨. 내 시동생은 평생 엄마를 지키겠다는 이상한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고 내 남편은 정말로 절대 결혼 안한다는 맹세를 했어. 자기 아빠처럼 될까봐. 남편이 그러더라고. 엄마가 우울증이었다는 걸 한참 후에 알았대. 그만큼 애들한테 안 보이려고 노력했던거야. 싱글맘이 되었고, 일이 너무 많았던 그녀는 집에 들어서면 하는 말이 '데졸레!(미안해'


나는 그 말 들었을때 진짜 펑펑 울었어. 가정을 깬 인간은 절대 미안하다고 안 하는데, 가정을 지키느라 일을 열심히 하는 시어머니는 맨날 늦게 들어와 미안하다고 했다는게... 그냥 재정적으로만 보면 그들은 불편하지 않았어. 시어머니네 집안도 잘 살았고, 그녀도 벌이가 좋았고, 좋은 곳에 살고 있었고, 가정부도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가정은 꺠졌어. 그리고 제일 짜증났던 건.... 이혼을 했는데도 미친 시누는 그 집에서 6개월을 더 살았다는 거야. 생모가 크루즈 여행중이어서... 못 데려간다고. 그런데 8년 전 내가 그 시누 집에서 뒤집어 엎었던 건, 와인을 처 마시던 이 미친 시누가 우리 시어머니를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라며, 자기를 서먹한 친모한테 보냈다고 하는 말에 눈이 뒤집혔지 뭐야. 처음으로 프랑스어 욕을 써봤는데 이 여자가 나한테 했던말이 또 기가 차. "야, 너 너네 시모 살아 있으면 절대 며느리 못돼. 아시안이라서." 남편은 그 말듣고 뒤집어 엎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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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평화를 빕니다. 세상에서 제일 절박하고 또 다정한 인사, 그것은 '평화를 빕니다' 나의 평화는 주로 주말에 구해졌으나, 아이가 생기곤 거꾸로가 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들이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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