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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b of depression(1)

망설이다가... 일단 본인이 말해도 된다 했고, 그냥 나누고 싶달까. 두서가 없을수도 있어. 그래도 시작해볼래. 난 남편을 사랑하나? 그런거 같아. 사랑은 모습을 자꾸 바꾸는거니까. 처음의 설레임은 없어. 당연한거겠지. 우리는 그렇게 예전처럼 깔깔대지도 않아. 그것도 당연하지. 알만큼 아니까. 싸우지도 않아. 어떤게 긁는 건지 아니까. 아주 오랜 세월을 각자 살아오던 남녀가 같이 살게 되었어. 난 엄마 아빠랑 산 세월보다 이 남자랑 산 세월이 더 길게 되었어. 아마 남편도 거의 그럴거야. 우리는 서로의 가정사를 다 알고 이해해. 시이머니는 내가 남편을 만나기 훨씬 전에 암으로 돌아가셨어. 내가 만났던건 이혼한 시아버지였어. 부자의 관계는 처음부터 꽤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지. 정말 사무적이랄까. 일방적이랄까. 확실한건 남편은 시아버지를 애증으로 대한다는거였고 시아버지는 무관심하지만 남편을 자신의 사업에 필요한 존재로 대했어. 그렇게 나는 그들을 LA에서 만났어.  


너무 속이 답답해서 어딘가 그냥 털어놓고 싶었어. 들어주니 고맙다고 미리 인사할게.남편의 집안은 이태리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귀족집안이야. 이 시대에 뭔 귀족이냐 이런 얘기로 새지 말았으면 해. 그걸 자랑하겠다는게 아니고 배경설명을 위해서 할 수 밖에 없으니까. 난 전혀 모르고 만났고, 남편은 그 집 장손이야. 웃기지만 가문의 절대반지 이런것도 이 남자가 물려받는 그런 중요한 장손. 이 집안에 단 한 번도 이태리인이 아닌 여자가 들어온 적은 없어. 인종을 떠나서.남편이 나를 처음 소개 시켰을때 시아버지는 대놓고 그 소리를 했어. 아시안 며느리? 된다고 생각하냐? 그때 남편은 얼굴이 진짜 붉어져서 소리를 질렀어. 그러는 당신은 이혼을 세 번 하고 지금 결혼할 여자는 멕시칸이냐고.왕 콩가루 집안이네? 이게 내가 생각했던 거였어. 아들이랑 아빠가 서로 삿대질하면서 이게 뭐여


남편은 십 대 이후 키우지도 않은 아빠의 말을 들을 필요 없다며 나와 결혼을 결심했다고 해. (그때는 몰랐고... 난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려니까 잡으려고 결혼하자 하는 줄 알았고) 그리고 시아버지는 네번째 결혼식을 원래 집안일을 봐주던 나보다 어린 멕시칸 가정부랑 했어.사실... 나는 남편의 가정사를 다 알고 결혼한 건 아니야.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 생각 안했어. 그의 대단한 이름이 나에겐 아무 의미 없었던 것 처럼. 결혼을 하고 나서 하나씩 알게 되었는데 그 집안은 이태리에선 대단한 집안이었더라고. 그리고 우리 시아버지는 그 집안에서 내놓은 자식이었고, 정말 밖에서 보기엔 영화같은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었어.권력가의 장남으로 태어나서 한량으로 살다가 우연히 포토그래퍼가 되었는데 집안의 이름과 운과 인맥으로 셀렙 포토그래퍼의 삶을 살았어. 안젤리나 졸리가 14살에 찾아와 데뷔를 시켜달라고 했던 파워 포토그래퍼야. 그냥 밖에서 구경한다면 와 너무 재밌다고 할만한 집안이지... 


그래서... 난 그런 대단한 집안의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장손과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들어가보니 그 집안이 너무도 복잡하더라고. 난 내 남편이 참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지금도 변함 없어. 남편은 돈을 잘 벌어야 하고 능력이 있어야 하고 이런 기준이라면 이 사람은 아니겠지만 괜찮아. 난 그런 기준이 없었어. 난 나이 먹었어도 순수한 사람을 찾았어. 이 사람은 그랬고 지금도 그래. 그래서 더 상처가 깊다는 걸 이제야 알았지만...  


시아버지는 정말 기라성 같은 셀렙의 희귀 사진은 다 찍은 사람이야. 짐모리슨, 존 레논, 마릴린먼로, 케네디, 안젤리나 졸리, 말론 브란도... 그냥 공식 사진 말고 그들의 집에 초대되어 찍는 그런 희귀사진들 말하는거야. 그리고 그 중 반은 남편이 찍은 거야. 남편은 소르본을 다니다가 중퇴했어. 시이머니가 프랑스 국영 티브이 촬영팀에 넣어줬지만 결국 아빠의 꾐에 영국행을 택했어. 그렇게 그는 엄마와 3년간 연을 끊었었어. 앞뒤가 좀 바꼈는데 이 이야기를 먼저해야겠다. 시아버지는 첫 결혼을 이태리 여배우랑 했어. 요절한 여배우지만 지금도 이름을 검색하면 뜰 정도로 유명한 배우야. 그 여배우는 시아버지와 살다가 어느날 술이 엄청 취한채로 두 살짜리 아들을 태우고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어. 집안에서는 그걸 무마하느라 엄청 애를 썼어. 이후 시아버지는 폴란드 여인과 또 집안에 알리지도 않고 마음대로 결혼을 해. 그 여인은 브라질 거대예수상 조각가의 딸이야.


그 조각가도 두 번의 결혼을 했고, 네 명의 자녀를 뒀어. 그의 딸과 시아버지는 두 번째 결혼을 하고 딸을 하나 낳아. 그게 나의 애증의 시누이야. 그 후 그는 다시 조각가의 딸과도 이혼해. 이유는 그녀가 너무 지저분하다는...그는 이미 유명한 포토그래퍼였고, 알랑드롱, 험프리 보가트, 클라크 케인과 절친인 반 연예인이 되어 있었어. 우리 시어머니는 이태리 해군제독의 장녀야. 이태리 명문대를 나왔고 베를리스 쿠니의 측근 기획단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 이 둘은 어쩌면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영화처럼 둘다 휴가를 왔다가 우연히 만나서 사랑에 빠졌어. 시아버지가 열살 더 많았지만 둘은 몇 달 만에 결혼해.첫아들인 남편을 낳을때 시아버지는 이미 옆에 없었어. 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시어머니가 신생아를 데리고 집에 왔을 때 시아버지는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다섯 살 짜리 딸을 데리고 와. 전부인이 키우기 싫어한다고.그렇게 시어머니는 시누이도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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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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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시아버지 다시봐도 소시오패스이신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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