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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zen

zen....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평화를 빕니다.

세상에서 제일 절박하고 또 다정한 인사, 그것은 '평화를 빕니다'


나의 평화는 주로 주말에 구해졌으나,

아이가 생기곤 거꾸로가 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들이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다.

주중에 나는 그들을 하루에 반토막만 보면 되니 나름 고요하지만 주말에는 감히 바랄 수 없는 그것, 평화다.


나의 1번은 대부분 요란하고 시끄럽다.

기분이 좋아도, 나빠도, 아파도.

그녀는 참으로 투명한 인간이라 다른 이에게 감추는 비밀이라곤 없다.

어제 그녀는 기분이 꽤 좋았다.


남에 의해 너의 기분이 정해진다는 것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누누히 말했지만

그래, 아직 그녀는 십 대다.

그럴 수 있지.

요즘 그녀의 기분을 좌지우지 하는 한 사람은 같은 반의 '엠마'라는 여자아이.

작년부터 전교 1등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둘은 결국 올해 같은 이과반이 되었다.

나넷과 엠마, 둘 다 그들의 장래희망은 외과의다.

의과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바칼로레아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은 생물과 화학이다.

수학이 아니라는 것에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사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맞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 당연히 과학 분야가 더 비중 있어야 하는 것이...


과학 시험이 있는 날이면 아이는 새벽까지 공부를 하고, 부은 눈으로 일찍 일어나 또 시험 준비를 하고

예민하고 까칠하게 집을 나선다.

집에 돌아오는 그녀를 태울 때 눈치를 보게 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녀가 엠마를 이기고 있다.

이것은 정말 축복이다.

나넷은 기분이 나쁠 때 특히 시끄러우니까.


금요일에 최근에 봤던 생물 시험 성적이 나왔고 30점 만점에 29,5를 받아서 압도적 승리를 한 아이는 당연히 주말 내내 기분이 좋다.


토요일 내내 우리는 그녀가 인간 주크박스화 된 것을 견뎠고

행복한 것이 이리 오래갈수도 있구나 신기할 지경으로 일요일에도 그녀의 메들리는 이어졌다.


시끄럽다고 한 소리 할까...

고민을 하다가 삼킨 것이 한 백 번쯤.

나는 포토북을 만들기 위해 인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었으니 그녀의 소란함은 꽤 신경에 거슬렸었다.

나만 그런 고민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자명했다.

남편은 결국 꼬마를 데리고 탈출했다.

차가 한 대라 뒤늦게 그들이 가출한 것을 알게 된 나와 오디는 걷기에는 또 날이 더워 그대로 나넷 노래 지옥에 갇히게 된다.

마음의 평화를 도모하고자 싱잉볼을 문질러 본다. 깊숙한 공명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할 때 쯤....

나넷은 그 싱잉볼 소리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내는 싱잉볼 소리는 듣기 싫다는 것을 깨닫고 때려친다.



한 인간이 저토록 많은 곡을 알고 있다는 것도 경이롭다고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이 오후 네시 반.


윗층에서 한참 조용하던 오디가 드디어 폭발한다.


오 마이갓! 메흐드, 제기랄 나넷! 제발 그 입 좀 닥쳐!! 대체 언제까지 그 빌어먹을 노래를 불러댈 거야!! 너 때문에 정신 사나와서 매듭이 안 지어진다고!!

우리 오디는 나와 제일 비슷해서 혼자서 얼마든지 잘 놀 수 있는 애다.

그녀는 평화롭게 팔찌를 수작업으로 만드는 중이었다고 했다.


하...

이번 주말 중 가장 시원한 순간이었다고 살포시 고백한다.

물론 이후 자매는 싸우기 시작했지만, 싸우는 소리가 나넷의 끝도 없는 노래보단 나았다는 것을 ...



드디어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요일이 왔다.

아주 여유롭게 시간을 들여 워터픽으로 이 청소 하고,

스크럽으로 얼굴 모공청소하고

공 들여서 두피팩도 하고

온 몸에 레몬 바디 크림도 발라주고

기분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문득...

어쩌면,

그토록 평화롭지 않은 주말이 없었다면

또 이토록 혼자만의 시간이 평화로운 줄도 모르고 살았겠지...

그러니 내가 늘 말하지만, 왜 지옥을 무서워 하냐.

지금 이미 지옥에 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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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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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roumei
10월 30일

안녕하세요 팟캐 재밌게 잘 듣고있습니다 집중해서 들을 수 없을 때는 짜증이 날 정도네요

근데 리뷰를 앱스토어 별 매기는 창에 남기는 건지 어딘지 알쏭달쏭해서 여기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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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상대:

어머나 이렇게 좋은 말씀^^ 힘이 나옵니다. 여기에 말씀 주시면 언제나 제가 읽을 수 있어요!! 힘내서 더 자주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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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iiisp
10월 21일
별점 5점 중 5점을 주었습니다.

오디는 늘 아젤님의 친구이자 해결사 같은 느낌이네요 ㅎㅎ 멀리서 보는거라 할 수 있는 얘기겠지만 나넷도 오뎃도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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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상대:

정말 오디는 저에게 하늘이 주신 선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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