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관계
나넷과 Q의 관계는 참 특이하지.
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 둘 다 다섯 살때였다.
나넷도 Q도 비슷한 시기에 이 동네로 이사를 왔고 걸어서 200미터 거리에 사는 이웃이다.
그렇게 11년째 친구인 그들은 아마 몇 천번은 같이 만나 놀았겠고 서로의 집도 수도 없이 드나들었다.
이미 다섯 살때부터 모르는 사람이 없다.
Q의 일방적인 사랑을.
그러나 단 한사람만 모른다. 그것은 당사자...
사실 당연히 안다. 하지만 그녀는 늘 모른다 한다.
프랑스 아이들은 풋사랑을 일찍 시작한다.
열 여섯이 된 아이들 중 단 한번도 이성관계가 없었던 애는 거의 이 둘이 유일했다.
하지만 올 초여름, 나넷은 첫 남자친구가 생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Q도 첫 연애를 하노라고 자랑을 했다.
드디어 마지막 모쏠들도 짝이 생겼나 했었지만 여름방학동안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넷은 남친에게서 이별을 통보 받았다.
아이는 놀라울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다.
아니, 사실 어떻게 해야 채일 수 있나 고민을 하던 차에 이렇게 쉽게 끝날 수 있다고 무척 기뻐했다.
그녀는 서로 사귀기로 한 직후부터 내내 후회에 시달리고 있었다.
제대로 고민않고 그냥 동의했던 것에 대한 후회와 친구가 아닌 연인이 되면서 생기는 속박과 이상한 책임감,
의무적인 연락, 친구들과의 거리, 남친이 된 오랜 친구의 보지 못했던 심한 질투에 의외로 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원하던 대로 남친이 먼저 헤어지자고 한 후 아이는 남친이 생겼을 때의 백배쯤 기뻐했다.
아이가 남자친구가 생겼다 했을 때 나는 말리지 않았다.
매우 덤덤히 관망했다.
생각보다도 더 나는 내 딸을 잘 알고 있었다.
정확히 내가 예상한 대로 아이는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녀의 성정에 그런 스트레스는 감당불가이며 호기심에 시작한 여자친구 남자친구 관계는 이틀만에 시시해졌으며 이후로는 부담만 쌓여갔으니까.
물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빨리 종료되었지만.
이별의 이유를 들었을 때 우리 모두는 그랬다.
어쩌면 그렇게 얕은 사랑이 있을 수 있느냐고 말이다.
고작 연락이 바로바로 되지 않는다 하여 헤어지다니...
다른 틴들처럼 핸드폰을 끼고 살지만 나넷은 그림을 그리거나 공부를 하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때 스스로 핸드폰을 비행모드로 둔다.
참으로 지당하지만 십대들이 갖지 않는 생각:
내가 핸드폰을 부리는 거지 절대 핸드폰이 나를 조종할 수 없어.
한때 처음으로 나넷과 Q는 소원했었다.
뻔하겠지만 그것은 나넷이 남자친구가 있던 그 짧은 두 달이었다.
방학이면 더 뻔질나게 우리 집 벨을 누르던 동네친구는 그 두 달간 한 번도 오지 않았고 걸핏하면 같이 간식 먹자고 자기 집으로 부르던 것도 사라졌었다.
짧게 사겼던 나넷의 남친은 인근에서도 꽤 유명한 남학생이다.
노트르담의 M 하면 많은 여학생들이 흔한 이름임에도 그 아이를 떠올린다.
큰 키에 잘 조각한 몸매, 컴퓨터 그래픽 천재, 어두운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흔한 십대들의 이상형이니까.
"그의 성격은 그의 외모만큼 재미있지 않아"
사귀고 나서 후회로 점철된 나날을 보내던 아이가 했던 말이다.
건너건너 다 아는 사이인 인근 또래들에게 소문은 거의 한 시간이면 족하게 다 번진다.
둘이 헤어졌다는 소문이 빠르게 번지고 Q가 찾아왔다.
"두 달이나 못봤으니 내가 엄청 보고 싶었지?"
흔한 말로 Q는 답정남이다. 그가 미리 정해둔 나넷의 답을 고대한다.
그러나 답정남들의 문제란 절대 그가 정한 답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며 그것은 매우 슬프다.
"오! 두 달이나 되었나? 전혀 몰랐는걸?"
또 괜찮다.
답정남들은 상대의 답에 상관없이 본인이 정한 답이 있었으니 다른 소리를 들어도 신경쓰지 않으니까.
"사실 나 여자친구 따위 없었어. 그냥 네가 남자친구 생겼다길래 나도 생긴 것처럼 하고 싶었을 뿐이야.
놀랍지? 그리고 기쁘지? 사실 난 여자친구가 없었어서..."
내 딸은... 장점이자 단점이 정말이지 솔직하다는 것이다.
"그래? 어차피 네가 여자친구 생겼다 했을 때 안 믿었어."
둘은 다시 어렸을 때처럼 저녁엔 같이 산책을 하고 아침엔 버스 옆자리에서 수다를 떠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변하지 않은 것은 하나 더, 그의 메아리 없는 고백
"나넷 사실 너를 사랑해"
"응 나도 너를 친구로 사랑한다."
"나넷 넌 내 여신이야."
"응 너만 그런거 아냐. 많이들 나를 여신으로 모셔."
"나넷... 우리 이제 친구 말고..."
"안녕! 난 이제 집에 가야겠다."
11년째 그들의 일방적인 관계를 보고 있는 오디가 다시 한번 언니를 나무란다.
"네가 하고 있는 것이 희망고문이라고! 그냥 그렇게 못 듣는 척 그만하고 따 잘라 말해. 절대 요만큼도 여지가 없다고. 그래야 걔도 작작하지."
나도 오디의 말이 정말 옳다 생각했다.
모녀는 시큰둥한 나넷을 압박했다. 하루라도 빨리 말해. 걔는 네가 정리해 주기 전엔 혼자 절대 정리가 안돼!
우리의 등쌀에 견디다 못한 그녀는 최근 옥수수밭으로 그를 불러냈다.
"잘 들어, 넌 내가 너의 마음을 정면으로 알아듣고 확실히 거절을 한다면 상처를 더 받을까 아니면 지금처럼 들려도 안 들리는 척을 하는게 더 아플까?"
눈치없는 애도 의외로 꽤 오래 침묵하더니...
"지금처럼... 그냥 들려도 안 들리는 척 해줘..."
그리하여 우리는 그들의 이상한 관계에 대한 관심을 끄기로 했다.
감정적 새디스트라기 보다 여전히 희망을 가질 여지가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하기로...
어쩌면 루시와 슈뢰더처럼.
Q는 나넷이라는 슈뢰더를 사랑하는 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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