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780 spin off (7)
- Hazelle Di Crollalanza

- 5월 16일
- 2분 분량
그렇게 물난리로 정말 한 일년을 수시로 괴롭히더니... 희한하게 별 수리도 한 게 없는데 물 난리가 그쳤어. 그게 정말 이유가 있는 거라면 어떻게 저절로 나을 수가 있어? 이게 무슨 넘어져서 멍든거라면 시간 지나 낫는다 치자...
그게 물러가고 나니까 이런게 또 있었어. 한 종류의 벌레가 끊임없이 나와.
처음엔 거미였어. 진짜 거미줄을 매일 매일 구석구석 걷어도 그 다음날 되면 또 엄청나.
이 거미들을 일꾼으로 고용해서 천 공장을 차릴까 싶을 정도야.
거미죽이는 폭탄(?) 같은거 아침에 터뜨려놓고 하루종일 밖에 나갔다 오면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거미가 죽어 있어. 근데 그것도 좀 있다가 저절로 수그러들어.
그다음은 개미, 그다음은 피네즈(한국말로 뭔지 모르겠는데 죽이면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벌레) 하... 개미가 얼마나 징그러운지 알았잖아. 심지어 개미 알덩어리?가 집에 있는 거 보고 기절하는 줄. 난 그 이후 개미가 제일 싫어.
벌레 소동이 좀 잠잠해졌을까?
그때쯤... 정말 말도 안되게 많은 두더지가 이 코딱지만한 정원에 몰려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에 볼록볼록 진짜로 옛날에 그 두더지잡기 오락 생각남.
두더지가 겁도 없이 기어나오다가 마주친적도 있는데 혹시 두더지 진짜로 본 적 있어?
세상 드럽고 징그럽게 생겼어. 그때 맨날 비명 지르면서 살았던 듯... 너무 너무 징그러워.
다음엔 어디서 나타난건지 도마뱀이 그렇게 나오고, 그 다음엔 우리 동굴에 박쥐가 살질 않나 가끔 하늘에서 뱀이 떨어져.
왜 이사 안갔냐고? 가려고 수도 없이 해봤어. 집을 사려고도 돌아다녀보고 우선은 나가자며 렌트를 구해보기도 하고... 내 블로그 이웃들은 알거야. 내가 그때마다 집 보러 다닌다고 사진도 보여주고 했거든.
그런데... 절대 안 나가져... 뭐가 정말 꽉 잡고 있는 것 처럼.
그리고 점점 집주인이 더 의심스러워졌어. 우리가 집 보러 가는 이야기를 하면 갑자기 다음날 선물을 주거나 너무 친절해. 집도 막 손보고
우리 이사올때 실버푸들 강아지을 입양했었거든? 그 개가 이 집에서 점점 미쳐가는거야.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보면서 환장하게 짖고, 겁에 질려서 오줌싸고 구석에서 벌벌 떨고...
그러더니 급기야 자꾸 가출해. 어떻게 기어나가는지도 모르겠는데 온 동네 다른 집에 가서 제발 여기서 살게 해주세요 읍소를 하고 다님.
기가 차더라고.
키우는 개가 꼴보기 싫은 것도 처음. 그런데 점점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얘 진짜 우리집에서 무서워서 못 살겠나보다...
우리가 한국 갈때 두 달간 옆동네 할머니한테 얘를 맡겼었는데 돌아와서 찾으러 갔더니 우리 보고 짖고 저리 꺼지라고 그 집은 너네나 가라고 난리 법석.
그래도 데리고 왔었는데 얘가 가출해서 꽤 먼 그 할머니집으로 계속 감.
결국은 할머니가 자기 달라고 자기가 키우고 싶다 해서 그 집으로 보냈고 지금도 거기서 잘 살고 있어. 그 동네에서 가끔 마주치면 이제 우리보고 안 짖더라. 반가워해줘.
개도 못 사는 집 우리도 나가야지. 또 한차례 들썩이는데
선택지가 그리 많지는 않아. 파리로 다시 가려면 다섯 식구가 들어갈 큰 평수는 엄두도 못 내겠고, 돈이 너무 들잖아. 지금 사는 곳에서 너무 먼 곳으로도 못 가. 애들 학교도 있고....
근처에서 구해보려니까 자주 집이 나오는 게 아니더라고. 그래도 렌트던 매매던 나오는대로 약속 잡고 가잖아?
그러면 한 번은 출발하려는데 이상해서 보면 타어이가 완전 터져서 납작해져 있고
또 한 번은 집에서 나가려다 완전 자빠져서 피보고
그리고 한 번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걸로 남편이랑 대판 싸워서 안 나가고...
설령 보러 갔다 해도 집이 너무 마음에 안 들고, 마음에 들어서 들떠 집으로 오면 분명 나쁜 일이 생겼어. 점점 의욕도 없고 그냥 우리는 이 터에서 같이 지박령이 되어야 하나...
체념하잖아? 그럼 또 갑자기 좋은 일들이 생겼어.
이 집은 그냥 귀신이 우글거리는 무서운 집이라기 보다... 그냥 터가 살아 있어...
그 증거를 또 몇 회 이야기 후 보여줄게

이북 후기: 예상과 달리 상진아저씨 비중이 트러플 감자칩의 트러플 함유량같았지만 그는 금방 잊혀도 무방했읍니다, 왜냐면 주인공의 두뇌회전 원맨쇼 덕에 전래동화급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스크롤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ㅋㅋ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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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아름다운 동네인데, 저렇게 사연있는 집도 있고 사람도 있고... 신기... 동네분들 군상 보면 사람 사는 건 비슷하구나 싶고 그래서 귀엽기도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