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780 spin off(6)
- Hazelle Di Crollalanza

- 5월 15일
- 3분 분량
그 검정 드레스 여인이 사라진 건 맞는 거 같았어. 이후엔 좀 잠잠했거든. 한동안 소강기가 왔지. 그래도 불안하더라고. 또 돌아오는 거 아냐? 이런 생각... 말했듯이 나는 겁이 많긴 하지만 항상 근원이나 이유를 파는 편이야. 그게 진짜 겁쟁이라 그런거 같아. 그냥 넘어가면 더 무서워. 동네 도서관을 갔더니 출판사도 저자도 없는 그런 책들이 꽤 있는데 그 중에 시인 부왈로에 관한 책이 있었어. 그 책을 당장 가져와서 읽기 시작했어. 그 사람이 이 별궁에 살았던 사람이거든. 원래는 루이 14세의 총애를 받아 너는 나의 별궁에서 얼마든지 편하게 지내며 글이나 써라. 이런 호사를 누렸고 결국은 이 땅을 선사 받았지만 글이나 쓸줄 알던 선비는 무관출신인 저 집 인간들에게 거의 공짜로 뺏겼대.
역사상으로는 그는 평생 독신이었던 걸로 알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 출처 없는 책에 나온 내용은 달랐어. 부왈로는 태생적으로 약했어.
그는 태생적으로 몸이 약했고 사람이 흔히 말하는 유도리가 없었나봐. 친구는 적고 적은 많은 그럼 인생을 살았지. 몰리에르, 라신 같은 동시대 거장들의 적이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의 총애를 얻었으니까 더 밉상이었겠지? 그는 파리나 베르사유 사교계를 떠나서 이 곳에 은둔하다시피 지냈는데 결혼은 하지 않았어도 한 여인이랑 같이 지냈어.
이름은 나오지 않아.
백작가에선 왕의 별궁이 아예 부왈로에게 넘어가자 호시탐탐 뺏을 기회를 노리다가 그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걸 기회삼아서 강압적이다시피 뺏었어. 그는 이미 매우 쇠약했고 스트레스에 더 약해져서 결국 파리로 돌아가. 하지만 그 여인은 돌아가지 않았어. 그녀는 이 터를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되겠어? 결국 그녀는 백작가의 한 인간에게 욕보이게 되고 스스로 지붕에서 몸을 던져 자살해.
그 자살귀였던 거야...
그 검정 드레스, 미망인의 삶을 살았던 결혼조차 하지 못한 영원한 그 남자의 연인.
자살귀에 지박령이라 우리 집터에 묶인거지.
그 책은 얼른 읽고 빨리 다시 가져다 놨어. 갖고 있기가 싫더라고.
하지만 좀 시원해졌어. 그 여자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이놈의 집은 왜이리 정신 사나운거지? 이사온지 일 년 좀 넘고 나서 부터 다시 나가야겠다 생각했는데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프랑스 임대계약은 대부분 3년, 5년 이래. 단기는 원래 그렇게 나오고 보통 가구가 다 구비된 그런 식이야. 그때쯤 우리는 한국에 두달 가까이 여행을 갔어.
그때부터 집주인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
한여름에 집을 두달을 비웠어. 집에 오면 엉망일거라 당연히 예상하겠지? 특히 전원생활은 여름에 벌레와의 전투야. 게다가 이 집은 습해서 거미가 장난 아니거든. 집이 온통 할로윈일거고 이상한 벌레들이 많이도 있겠고... 예상을 하고 집에 왔는데...
집이 너무 너무 깨끗한거야. 방금 나갔던 것 처럼... 이게 뭔 일?
옆집 할머니(이 할머니 이야기도 한보따리)가 일러줬어. 우리 없을때 백작네 인간들이 우리집 왔대
세상에 완전한 악인은 있을지 몰라도 완전한 호인은 없어. 우리는 그 옆집 할머니를 몇년간 진짜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았거든. 그녀의 반전 과거를 알기 전까지는.
지금 이야기는 그녀가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을때의 이야기니까 그대로 할게.
이 할머니는 믿거나 말거나. 지금도 살아 있고, 적어도 120살은 넘었어. 이 사람은 아주 어렸을때부터 이 백작가네 하녀였대. 급이 하도 낮아서 소젖을 아침마다 양동이에 길어오면 귀족들 얼굴은 볼수도 없고 큰 문 앞에 양동이를 걸어두고 종을 쳐야 했대. 그리고 윗급 하녀가 나오면 전해주는...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 할머니네는 엄청 부자가 되었어.(이 이야기는 따로) 오히려 저 허우대만 멀쩡한 백작네 보다 더 부자일지도 몰라. 그리고 이 할머니와 그의 아들들은 백작네와 원수졌어. 소송만 몇 건이나 아직도 진행중이야. 그리고 서로 미친듯 험담에 저주해. 그 할머니네 집은 우리집 바로 앞이야. 인간 씨씨티브이. 우리 없는 동안
그들이 우리집 드나든 게 세 번 정도 된다고 다 일러줬어. 그렇지만 할매가 핸드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증거도 없고.... 뭘 어째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 그리고 분명 청소를 해두고 간거 같았거든. 우리가 얼마나 인간들이 순진하고 한편 멍청하냐면 그때는 그 집 인간들이 우리에게 너무도 잘 해주고 상냥하고 해서 좋게 생각했어. 우리가 오래 집을 비우니 와서 돌봐줬나보다...
그런데...
한참 몇 년 후에야 점점 의심이 갔던건... 주인 남자가 우리가 한 이야기를 이상하게 다 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는 거야. 예를 들어 우리 꼬마 갑자기 세례 받게 되었을때 급작스레 대부 대모를 구해야 했잖아? 어떻게 갑자기 구해? 엄청 고민할때 전화가 왔어.(보면 머리가 좋지도 않아) 혹시 대부대모 필요하면 해주겠대. 그때부터 이상하더라고. 어떻게 알지?
그때 대부는 어찌 어찌하여 이태리 친척으로 구했어. 꼭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대. 지금 생각해도 그들을 대부 대모 안한건 너무너무 다행이야
솔직히 말해서 음흉하지 않은 사람들이 음흉한 인간을 알아보는 거 그다지 쉽지 않아.
거짓말 잘 하는 인간이 남을 못 믿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야. 사람은 다 본인을 투영해서 타인을 보거든. 정말 섣불리 의심은 또 안 들더라고.
그냥 정말 희한하네. 어떻게 우리가 했던 말을 꼭 들은 것처럼 알까?
그래... 바보 같이 그렇게 몇년을 살았어. 일단은 그 집주인을 의심하는 것보다 더 정신 사나운게 이 집이 우리를 너무 몰아쳤거든.
이상한 기운의 집이 보이는 증상은 다 보여줬어.
이유도 없이 자꾸 아래층에 물이 넘치는 누수 현상이 계속 생김. 업체를 얼마나 바꿔가며 불렀는지 몰라. 무슨 위에서 양치질만 해도 아래에 홍수가 나. 그리고 진짜 이상한건 양치하는데 물을 쓰면 얼마나 쓰겠어? 그런데 아래로 범람하는 홍수의 양은 정말 말도 안되게 많아.
집주인은 별로 당황도 안해. 하는 소리가 지금 생각해도 기가참. 우리가 여자들이라 머리카락때문이래

[건드리면 살아난다]를 보고 온 터라... 이제 이 에피소드는 넘나... 귀엽읍니다.....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