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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열 다섯이 되었다



열 다섯쯤 되면

애가 다 컸겠지

좀 더 성숙하겠지

태도도 고치고 말도 좀 줄고 의젓하겠지...


개뿔

그것은 나의 착각

그리고 순전히 나의 잘못


오십이 다 된 나도 철 안 들었는걸 뭐

나도 열 다섯엔 온 몸이 화와 불만으로 똘똘뭉쳐 담이 걸릴 정도였는데 뭐


그러니까 인간이지

마치 나는 그렇지 않았던 것 처럼

마치 나는 이제 다 성숙해진 것 처럼

그렇게 가장 이해해야 할 딸을 평가하고 있지


대체 또 무슨 선물을 안겨야 하나

쉬운 것을 택했지

너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니까

가장 갖고 싶어하는 브랜드인 파버 카스텔의 데상 셋트쯤이면 좋아하겠지

공부쟁이니 데스크 용품을 좋아하겠지

문구류 꾸미는거 한참 좋아하는 고딩이지 내 눈엔 쓰레기더라도

각종 스티커에 포스트잇 그것도 셋트면 좋아하겠지

명목은 둘째 동생이

셋째 동생이...


결국 한지갑에서 나오는 선물을 준비해 두고

혹시라도 마음에 안 들어할까

불안해 또 데리고 나간 쇼핑몰

선머슴도 여자가 되어가나보다

작년이였으면 손사래 쳤을 비비안웨스트우드를 제안하니 활짝 핀 얼굴을 하고 성큼성큼

사양 한 번 하지 않고 들어간다.


그렇게 온학교에서 필수템이라는 오비트 목걸이를 목에 걸고

환하게 웃는 너를 보니


열 다섯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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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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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2580
Nov 29, 2024

15 년이란 시간동안 한번도 본적없지만 그래도 매일이다시피 보고 있는 나넷 너무너무 ~예쁘게 크고 있구나

생일 전심으로 축하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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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매일 보아주신 것이 저에게는 너무도 감동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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